응...(日記)

일기를 쓰고 싶은 날.

배나무_비우 2015. 4. 3. 00:51

오전.

밍기적 거리며, 토요일에 만날 아이들 참가신청서를 읽어보았다.

개신교대안학교 아이들이 떼거지로 오는 것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상상이 안되어 좋다 나쁘다 판단하긴 이르지만..

한 아이의 자기소개서를 보고, 정말 기함했다...

나는 정말 잘생겼다로 시작해서, 이 프로그램에 오는 목적이 다른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과한 자기 사랑, 자신감, 자기 우월. 중학교 2학년 아이를 이렇게 만드는 종교교육이 무섭다. ㅠ.ㅠ

 

오후.

예술단 수업 회의.

가벼운 회의였지만, 여전히 어딘가 도망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 남아있구나 싶었다...

 

황쌤의 전화. 보도자료 다시. 너의 관점으로 다시. 아아아아아... 저에게 왜 관점을 물으시나이까.

제 관점은요, 이 연극제는 정말 뒤죽박죽 토할거 같은 관점이라고요...

사랑하지 않는 연극제를 홍보하고 앞치다꺼리 뒤치다꺼리 하고 있자니. 매 순간. 미치고 팔딱 뛰겠다.

그래도 그러다 이내 평정심으로 돌아오는건 삿띠의 효과도 맞다.

그러나 평정심으로 왔다고 하여, 다음에 오는 스트레스가 피해가는건 아니다. ㅠ.ㅠ

 

학교.

공연기획실에 들러 다시 공지사항을 띄우고. 보도자료를 끄적여보았다. 목이 메인다. 하기 싫어서.

 

재키언니네.

보도자료가 급한거 아는데, 뭔가 리프레쉬가 필요했다. 소선 주리 명한과 재키언네 가서, 그 아래 곱창집에서 곱창먹고

수다수다 한판.

 

비가 오는 대학로.

공연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고, 비를 피하고 싶었고, 입에 남은 곱창 맛을 눌러줄 디저트가 간절하여

혼자 브왈라 아이스크림집에 들어가 아이스크림 뚝딱.

그래도 커피가 필요하겠다 싶어 바로 옆에 가게에서 커피 한사발 뚝딱.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2년전 채권자들에서 봤던 그 남자배우. 엄청 재미지게 연기 잘한다.

다른 배우들도 다 참 잘한다.

우리 말금이 언니도.

희한한 유머코드. 희한한 페이소스.

그걸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힘.

재미나게 봤다...

 

그러고 집에 왔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2차 삿띠를 마무리하며,

힘든 일들을 겪고, 휘청거리기도 하고 욕도 하고 그러고 있지만,

예전보다 데미지는 적은거 같다고 말씀드렸다...

중심이 잡히는 거 같다고 도반들이 그랬다.

중심이 잡히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정리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은, 예전에 내가 기대했거나 상상했던 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거다.

대충 못났고, 대충 생각없으며, 대충 게으르고,

능력도 그닥 없는.

뭐. 그런 것이 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러고 살아야지. 별로 관심이 없어져가는건가. 나에 대한 욕심이 줄어들고 있는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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