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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의식의 소음> 네이버 북리뷰에서.
불교에서는 생각이란,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실상을 보는 것을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생각에 휩싸이지 말라는 말도 있다. 이성의 기본이 되는 생각에 대해 왜 이렇게까지 경계했던 것일까? 어쨌건 인간인 이상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는데,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동물들처럼 이성을 버리라는 말보다는 사물에 대한 선입견, 근거 없는 망상, 끈질긴 불안들에 대한 주장일 것이다. 사실을 인지하는 일에 대한 생각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하는 생각 대부분은 부정적인 망상이나 걱정, 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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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바위의 틈으로 뿌리를 내리듯이 생각은 현실과의 괴리를 본질로 한다. 현실을 대상화하고 주제화하는 것이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괴리에서 불행한 의식이 싹트게 된다. 왜 내가 주연이 아니라 조연에 불과한 것일까? 왜 내가 그때보다 멋있고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는 자의식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다. 이러한 메아리가 마음의 벽에 계속 부딪히면서 후회와 자책, 죄책감, 원한, 질투 등의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생각은 소망적 사유와 맞닿아 있다. 당연히 있어야 할 행동의 부재, 당연히 있어야 할 현실의 부재가 생각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생각은 있어야 할 현실의 알리바이이다. 있는 것을 생각하는 대신에 없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142,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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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을 위해 생각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현실의 부재를 생각이 대체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 사람은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은 현실에서 발목을 잡고,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현실을 잘 정돈하기 위해 하는 생각인 줄 알았는데 그 반대의 경우가 되는 것이다. 혹은, 현실에서 행동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변명과 미루기로 '생각하기'라는 수단을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그냥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또 스스로 알고 있지만, 끊임없이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만들어 낸다.
이럴 때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벗어날까 고민하는 것보다는 통 크게 빠져나오는 것, 생각이라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상당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 것, 무엇보다 잡생각을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지각하는 일로, 순수하게 현재를 현재로 경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다.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며, 오히려 현재에 순수하게 집중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훨씬 현명하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이 걱정이 아니라 비가 오는 것을 알고 우산을 펴는 일이듯 현재 가장 중요한 건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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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생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쉽게 풀어가려는 저자, 김종갑
저자 김종갑은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건국대에서 영문과 교수로 문학비평과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주된 관심은 몸을 화두로 하는 문화철학에 있으며 2007년에 설립된 몸문화연구소 소장이다. 행복하지 않으면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근대적 몸과 탈근대적 증상>, <내 몸을 찾습니다>, <니체 : 문학으로서 삶> 등을 쓰고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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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밑줄 긋기>
하기 싫은 일을 품 안에 안고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독버섯처럼 자란다. 처음에는 조금 싫었던 도토리에 생각의 거름과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 주면 나중에는 아름드리 참나무로 자란다. 참나무는 하루종일 도끼로 찍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설령 쓰러져도 내가 다칠 수가 있다.
나는 과거에 싫고 귀찮은 일을 회피했기 때문에 마음의 밑바닥에는 근심과 걱정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사소한 자극도 마음의 평화를 뒤흔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 마음이 휘청 흔들리면서 침전되면서 앙금들이 일시에 들고 일어나 아우성을 치는 것이었다. 음악을 듣거나 길을 걸어도 그런 생각의 입자들이 매연처럼 뿌옇게 시야를 가리곤 했다. 음악의 선율이 아니라 아우성치는 입자의 소음을 듣는 것이었다.
(147,148쪽)
다시 말하지만, 생각이 많다는 것은 잘못 사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으로 생각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생각도 없다. 그냥 어깨에서 짐을 내려놓듯이 생각을 내려놓으면 된다. 그때 생각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고 들리기 시작한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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